작년 주식시장의 핫이슈는 공매도였습니다. 코로나19 위기 확산으로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뒤 두 차례 연장 끝에 재개되었습니다. 지난 공매도 금지 조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한국 증시 역사상 3번째였고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었습니다. 공매도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체 공매도가 뭐기에 주식시장이 이렇게 주목하는 것일까요? 이번에는 공매도에 대해 자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공매도란?
공매도(空賣渡), 영어로 숏 셀링(Short selling), 줄여서 숏(Short)이라고 부릅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혹은 하락시킬 타깃을 정해) 주식을 미리 빌려서 비싼 값에 팔고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빌린 주식을 싼값에 사들여 넘겨 결제를 완료함으로써 중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입니다.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공매; 空賣)'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자기가 소유하지도 않은 주식의 소유권을 남에게 넘겼으니, 결제를 완료하기 전까지는 그 주식을 음수 주만큼 보유한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인 중간 거래는 물건을 산 다음 파는 것인데, 공매도는 거래의 순서를 바꿔서 물건을 우선 팔고 나중에 그것을 사서 넘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냅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원리로 수익을 내는 방법입니다.
- A라는 주식의 가격이 50만 원인데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현금 2만 원)
- A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4%의 이자(-2만 원)를 내고 A 주식을 빌려서 판다. (이때 현금이 50만 원)
- 이후 A 주식 가격이 40만 원으로 하락했을 때 A 주식을 산다. (이때 현금이 10만 원 + A주식)
- 그리고 빌린 A주식을 갚는다.
-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현금은 +10만 원이 되고 이익은 +8만 원이 되는 것.
공매도의 종류
공매도는 크게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
미리 대상 주식(혹은 자산)을 빌려두지 않고 하는 공매도로, 가장 단순한 방법입니다. 빌려 둔 주식이 없기 때문에 공매도 실행자의 약속을 사는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4월 공매도한 주식이 결제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서 2000년 이후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되었습니다. 미국은 대침체 이후 시장 조성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는 그 특성상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어 금지되거나 강하게 규제되고 있습니다.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
먼저 주식 혹은 자산을 빌린 다음 그것을 팔고, 나중에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방법으로, 대여에 대한 이자가 발생합니다. 미국의 경우 먼저 주식을 빌려두지 않더라도 단기간 빌려주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차입 공매도로 쳐주기도 합니다. 일반 매도는 주식 소유자가 하는 데 비해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대차거래를 통한 계약상 근거로 소유주가 아닌 사람이 하게 됩니다. 즉 일반 매도와 공매도의 차이점은 누가 매도자인가 하는 점에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공매도
한국 주식 시장에서의 공매도는 원칙적으로 차입 공매도이며, 다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대차 거래(loan transaction)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주식을 빌려주는 것으로, 증권사가 자사 고객을 통해 조달할 수 없는 경우 한국 예탁결제원 또는 한국증권금융을 이용하는 기관 간 거래이며 보통 억대 단위 금액이 오고 갑니다. 또한 여기에는 대차 거래 참가 대상에 자본시장법에 따른 '전문 투자자'도 포함되는데, 2016년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0조에서는 50억 이상의 금융 투자 상품 잔고 보유, 계좌 개설 후 1년 이상 지날 것, 관련 자료 제출로부터 2년 내일 것 등을 전문 투자자의 조건으로 들고 있습니다. 즉 50억 이상의 자산가라면 대차 거래할 수 있습니다. 자금력이 되는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대주거래보다 오래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단위는 3~6개월이며 연장할 수 있습니다.
대주 거래(stock loan)
증권사가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 주는 것으로, 개미들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지도 부족, 높은 이자율, 대주 물량 부족 등 이유로 성행하지 않습니다. 사실 대주거래는 개별 증권사가 담당하므로 물량이 적은 것이 단점입니다. 해 볼 만한 종목은 빌릴 수 있는 주권이 없다 증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상환 기한이 대차거래보다 짧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공매도의 장단점
공매도 장점
주식시장의 효율성이 늘어난다.
주식을 사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으므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의 의견은 아무런 장애 없이 시장에 반영됩니다. 그런데 만약 공매도가 불가능하다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공매도가 불가능하다면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투자가들은 그 주식이 현저하게 고평가 되었거나 사업 전망이 나쁘다는 생각을 하여도 이를 주가에 반영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매도가 없는 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주식 가격이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 받는 버블이 형성됩니다. 당장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버블은 언젠가 꺼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돈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못하는 기회비용과 폭탄 돌리기의 막차를 탄 사람들의 고통이 발생하게 됩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공매도는 이러한 가격 거품 발생을 방지하여 주가를 실제 가치에 수렴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의 핵심 전제 중 하나가 공매도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시장은 효율적일 수 없게 됩니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높아진다.
거래가 쉽게 일어날수록 유동성은 높아집니다.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만약 공매도가 없다면 매수자가 매도자에 비해 훨씬 많아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고 따라서 유동성도 낮아집니다. 공매도는 일반적 거래와 달리 선매도 후 매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반영하기 쉽고 그와 동시에 거래 성사 가능성, 즉 유동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가격의 연속성에 도움이 된다.
가격의 연속성이란 주식의 가격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고 조금씩 변한다는 것입니다. 거래가 자주 일어나고 그만큼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정보의 반영이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는 현재 회사의 방향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공매도를 통해 회사의 부정적 경영방침을 이슈화시키고, 그로 인해 회사는 주가 및 대출조건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이사회 및 경영자에게 책임 있는 경영을 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됩니다. 개인들의 정보력은 기관에 비해 열위에 있고, 공공기관인 증권위원회의 건전성 규제는 한계가 있는데, 이것을 공매 투자가들이 메꿔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이런 공매도를 적극 활용하는 펀드가 존재하면 시장이 건전해집니다. 실제로 엔론의 분식회계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헤지펀드였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리먼 브라더스나 베어 스턴스의 부실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도 공매도 투자자들이었습니다. 또한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 캐피털은 중국의 겉보기엔 문제없는 기업만 골라서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장부를 탈탈 털어 회계부정을 밝힌 뒤 공매도로 털어먹고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루이싱 커피 손님들의 동선을 추적해서 1만 시간 넘게 수집한 판매 데이터를 통해 회사의 진짜 매출을 알아내어 회계조작을 잡아내기도 하고, 목공 회사 시노포레스트, 제지회사 오리엔트페이퍼, 탈황 키트 생산업체 리노 인터내셔널 등 매출 사기를 치던 중국기업들을 골라서 확인했습니다.
위험의 헤징(hedging)에 도움을 준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적정 비율의 공매도를 섞는 것으로 수익의 방향과 변동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공매도는 선물 매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매도 단점
주식 시장 전체의 투자 심리를 강하게 위축시킨다.
공매도한 종목만 주가가 하락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굵직굵직한 주식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른 주식들도 연쇄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게 됩니다. 기관들의 공매도는 몇몇 주식들의 거래 비중에 많게는 20% 넘게 차지하고 게다가 이런 종목들을 거의 돌려먹기 식으로 계속 공매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게 되고 다른 주식들도 연쇄적으로 장기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시장 전체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주가가 횡보 또는 하락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주식을 빌리고 나중에 다시 갚는 과정이 포함되는 만큼,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있다.
자칫 잘못해서 주가가 막무가내로 올라가버리면 공매도는 수익이 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나쁜 소문이나 루머, 불리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차별적으로 유포해 수익을 낼 수 있어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다수의 공매도를 시도하는 헤지펀드들은 아주 집요하게 대중들을 패닉 셀로 유도하는 악재들을 융단폭격으로 퍼부어 어떻게든 팔게 만들어 주가를 떨어 뜨립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문제가 있는 기업은 차라리 드러나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상당수가 일반 투자자들은 전혀 알 수 없는 내부정보의 유출이 뒤따릅니다. 이런 기업은 설사 그때 공매도에서 회사를 지켜도 투자자와의 신용이 깨져 내상을 매우 크게 입게 됩니다.
해당 자산에 비관적인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많이 일어나는 기업의 경영자는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보통 이것은 오히려 장점이지만 공매도가 부정확한 루머에 근거한 것일 경우 경영자가 경영에 쏟아야 할 노력을 주가 방어 등에 낭비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론적/실증적으로는 좋은 내용이 많더라도 한국에서는 제도 자체가 잘 정비되고 유지/감시되지 않고 있다.
일반 주식 거래와는 달리 공매도 과정은 놀랍게도 아직 완전히 전산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다수의 공매도 계약이 전화,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이루어지고 거래 정보를 엑셀로 정리했다가 수기로 입력하는 식으로 공매도가 진행되어 이 과정에서 실수로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날 수도 있으나 이를 증권사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2020년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공매도 거래 내역 보관이나 금융당국 보고가 의무가 아니어서 고의로 불법을 저지르고는 기록을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던 등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여러 요소가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 공매도 시스템과 다르게 보증금이 없고 공매도의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수기 시스템이라는 단점을 바탕으로 기관과 외국인은 무제한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치고, 그럼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무제한적으로 연장하여 떨어질 때까지 되갚지 않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지금까지 수기로 작성하고 있는 공매도는 선진국과는 달리 무보증금, 무제한적 연장, 기록을 조작해도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점 덕분에 신용매수보다 압도적인 성공률을 기록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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