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에서 빠지지 않는 기본 개념은 GDP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각 나라의 지표를 대표하는 수치입니다. 과거에 비해 GDP가 나라를 대표한다는 의미는 줄어들고 있지만, 가장 단순하고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지표이기에 아직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GDP가 가지는 의미와 계산법과 왜 GDP 단순비교의 모순에 대해 자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GDP란?
GDP란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여 더한 값입니다. GDP의 개념은 어느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했느냐에 상관없이 그 나라 안에서 만들어낸 모든 것을 계산합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생산활동은 우리나라 GDP에 계산됩니다. 반면, 삼성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것은 우리나라 GDP에 계산되지 않고 중국의 GDP에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외국 모델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우 이는 우리나라 GDP에 계산되지만,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활동은 미국 GDP에 계산됩니다. 이처럼 GDP는 국적이 아니라 영토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GDP 계산 방법
GDP는 일정기간 동안 생산된 것으로, 현재는 분기 또는 1년 동안 새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만 계산합니다. 지난 기간에 만들어진 주택, 자동차 등은 올해 GDP 계산에서 제외합니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만들어진 자동차를 올해 중고차로 구입했다면 자동차의 생산 가치는 이미 3년 전 GDP에 계산되었기 때문에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중고차를 구입할 때 중고차 딜러가 개입했다면 이 과정에서 중고차 중개라는 서비스가 창출된 것이고, 중고차 구입 가격 중에서 딜러에게 지불한 중개수수료는 올해 GDP에 계산됩니다. 따라서 중고차 매매의 경우 GDP에 계산되어야 할 가치는 중고차 딜러가 창출한 매매 수수료입니다.
GDP 계산의 기준
GDP는 새롭게 생산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 활동이 아닌 단순한 소득의 이전은 GDP에 계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세금을 거두거나 거둔 세금을 다시 돌려주는 행위는 생산된 자원의 소유권만 이동시킨 것으로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코로나로 인해 정부에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입니다. 정부가 저소득 계층에게 주는 지원금,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용돈, 설날 세뱃돈 등도 이전지출에 해당됩니다.
GDP는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이는 중복계산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붕어빵 장사가 시장에서 구입한 밀가루, 단팥, 붕어빵 굽는 틀 등은 중간재로 GDP 계산에서 제외하고 최종 생산된 붕어빵의 가치만 GDP에 포함됩니다. 붕어빵이라는 최종재의 가치 속에는 이미 중간재의 가치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최종재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시장에서 평가되지 않는 활동은 생산 활동 같아 보이지만 GDP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지하경제나 주부의 가사노동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 활동이지만 시장에서 평가되기 어려워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스스로 소비하는 경우, 자신이 소유한 집에 사는 경우, 기계류 생산업체가 자신이 생산한 기계류를 이용하는 경우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지만 GDP 계산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GDP의 한계
GDP는 세계 각국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지만 계산상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GDP는 시장을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가사도우미의 가사노동은 포함됩니다. 사람들이 카센터에 가지 않고 스스로 차를 수리한 경우나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친 것은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 것이지만 시장에서 거래된 것이 아니므로 GDP에 계산되지 않습니다.
2005년 여성개발원은 전업주부의 1인당 가사노동이 월 111만 원, 연 1,337만 원의 가치를 지니며,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모두 합하면 약 219조 원의 가치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우리 국내총생산 GDP의 28.2%에 해당하는 수치이지만, GDP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가 그만큼 국민 경제활동 수준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GDP는 그 나라의 환경·근로 시간·여가 등과 같은 삶의 질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의 기업들이 생산활동을 활발히 한 대가로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근로자들은 여가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일만 하게 되었다면 그 나라의 GDP는 크게 늘어나겠지만 삶의 수준은 오히려 나빠지게 됩니다. 여가를 더 선호하는 프랑스의 GDP가 미국보다 낮다고 해서 프랑스가 미국보다 더 못 사는 나라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교통사고의 증가나 질병의 확산 등으로 병원의 수입이 증가하면 그만큼 GDP는 늘어나게 되지만 많은 국민들의 고통이 늘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이러 점에서 GDP 계산 방법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GDP는 총량 개념으로서 그 나라의 소득분배나 빈부격차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GDP가 동일한 나라들 사이에서도 소득분배 상태는 나라별로 모두 다릅니다. 어떤 나라는 소득이 높은 계층과 낮은 계층 사이에 수만 배의 차이가 있고, 다른 나라는 수십 배 정도의 차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GDP는 각 나라의 경제적 규모를 알 수 있을 따름이지 그 나라 국민들의 빈부격차나 소득분배 상태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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